행복을 찾아서/여행기

낯선곳에서 - 염명순

소나무(감자) 2016. 11. 18. 15:31

낯선 곳에서

낯선 곳에서 하룻밤
가숙의 성긴 잠 속으로
별빛은 쏟아져 베갯잇에
잔잔한 꽃무늬를 수놓는다.
그 꽃길을 따라가면 어린 시절
강둑으로 지나가던 흰 상여
상두 소리 구슬픈 긴 강이 흐르고
괜스레 눈시울 적시며 가만히 손을 펴서 바라보던
손바닥의 손금들 이리저리 얽힌
가늘고 여린 선들 따라
하늘에 그려진 별자리 따라
나 오늘 여기까지 왔으나
지도를 보며 찾았어도 끝내 찾지 못한
추억의 성(城)이여
문 굳게 걸어잠그고 보이지 않는 전생의 마을인 듯
낯선 곳에서 나는 길을 묻고
내 운명의 별자리 위에
고단한 몸 누이고
잠시,
반짝이다 가리라


1996년쯤, 분당에서 학교까지 버스-전철을타고 고된 통학길, 어느날 새벽이었었나 저녁있었나

전날 영어회화수업 시간에 같이 이야기했던 의류학과 학생의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깊이박혀 잡념이 많아질때

귀에꼽고있던 라디오에서

누구였을까... 아마도 지금 1FM 세상의 모든음악 시간이었나 보다.

여성 진행자가 읽어준 시 였다.


화가가 쓴 시여서 그랬을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그림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 여러장의 그림을 관통하는 시간까지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시내의 큰 서점으로 달려가

어렵게 책을 찾아 사들고 왔었던...


지금 생각하면 시인이 꽤나 젊었을 나이에 쓴 시 같던데...

어떤 삶이 있었길래 그런것일까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화가가 쓴 시이다 보니 그럴수도 있겠거니 지금은 생각한다.


최근 지속적으로 받게되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의식적인 많은 노력과,

강제적인 물리적인 변화를 취한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수 없기 때문에.

그러다가 문득 내 가난한 청춘 시절에 나를 감싸줬던 시가 떠오른 것.


어디서 그렇게 많이 맞고 다니느냐고 도대체 이해못해하는 아내와 친구들, 직장상사 후배들.

세상 어디에도 이 한 몸 편히 누일 곳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