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군생활 막바지였던 1992년 겨울쯤
제주도에 군용 수송기타고 와서
모슬포에서 미국놈들과 훈련받고
주말에 잠깐 돌아다녔던 것이 제주도의 모든 기억이었는데.
그 후 처음으로 이번에 제주도에 갔다.
설악산, 지리산을 함께 다녀온 친구들과 함께.
27일 2시 공항에서 만나 3시 15분 비행기로 제주로.
4시 30분쯤 제주공항에 내려
마중나오신 함께간 친구의 형님댁으로 갔고,
저녁먹으러 탑동의 횟집으로 가자는 것을 어렵사리 거절하고
제주도 사는 친구를 만났다.
13년만인가? 99년에 보고 못봤으니.
'돈사돈'이라는 돼지고기 집에서. (1박 2일에 나온후 대박났다고 하는데.)
고기가 참으로 맛있었다.
두께가 20mm는 넘어보이는 두꺼운 고기를 구워서
멸치젖에 마늘등을 넣고 끓인 소스에 찍어서 먹는다.
함께 마신 한라산 하얀색 차가운 소주도 좋았다.
전라도에서 잔치에 홍어 빠지면 먹을거 없다고 하듯이,
제주도에서는 그것이 바로 돼지고기라고 한다.
어렵던 시절 이야기.
그리고 지금 사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다른 친구들 소식.
아이들 크는 이야기.
식사를 마치고 제주맥주집 - 제주시에 있는 수제 호프집으로 가서.
친구 와이프도 나왔는데, 취해서 옛날이야기 하며 너무 주접을 떤 건 아니었는지.
결혼식 때도 못오고 너무나도 미안했었는데.
다음에 가족들과 꼭 오겠다고 하고
다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잠을 자고
28일 아침 해장국으로 배를 채우고 성판악으로 출발한다.

성판악은 516도로를 가는 버스를 타고 10~15분 간격으로 배차가 되어있다.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출근 차림의 사람들이 많았다.

저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내렸다. 8시쯤 도착.
각자 볼일 보고, 필요한것 매점에서 준비하고.

8시 30분쯤 출발.

산에 한발 들여놓자마자 눈이 이렇게 쌓여있다.
아직 덜 녹은 눈 구간인건지, 아니면 여기서부터 전부 눈 구간인건지...
한시간 가량 올라가서야 아이젠을 착용하였다.

운무가 깔리고

좀더 올라가니 햇볕이 나올 듯

해발 1000미터 고도를 넘어가니 푸른하늘이 나타난다.

멀리 가야할 곳을 보면서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
여기까지 꽤 힘들게 왔다.
대피소에서 파는 컵라면으로 간식을 때우고, 마실물을 보충하여 다시 출발.

이미 체력을 상당히 소모한 상태인지라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 가는길이 꽤 힘들었다.
가는길 중간 중간 뒤돌아 운해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천천히 올라갔다.

해발 1900미터를 지나면서 다 왔구나 생각하고, 차가운 바람에 겉옷을 다시 챙겨입고 마지막 힘을 내서...

도착했다. 한라산 동능 정상.
사람들이 많아 사진찍기 힘들었는데, 용캐 다른사람 얼굴 피해서 한 컷 찍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록담 전경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동쪽 전경
바람이 세차게 불어 하늘에 날리는 모자들과, 까마귀들과 함께
30분가량 정상에서 간식 챙겨먹고
늦게 올라오는 친구 기다려
오후 1시가되어 하산을 시작하였다.

백록담 뒤쪽으로 난 능선 지도상의 장구목오름.

한라산 북벽

계단을 지나 여기 용진각대피소 터 까지 내려오는길은 그야말로 죽음의 코스처럼 보였다.
관음사를 기점으로 잡았다면 무지무지 고생할 뻔 하였다.
북사면에는 1미터가량 눈이 덮여있고,
다져지지 않은 곳을 밟으면 곧바로 무릎까지 푹 빠지고,
덕분에 몇번 넘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눈을 밟으며 경사면을 내려오는 것은 색다른 재미였다.
낡은 등산화에 물만 새지 않았다면...
용진각 대피소를 지나 다시 오르막을 꽤 올라간 다음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하여 화장실에 들르고. 몸을 정비하여 하산을 다시 시작한다.
용진각 대피소는 2007년 9월17일 태풍 나리 때문에 유실되었고,
대신 2009년 6월에 완공한 것이 삼각봉 대피소라고 한다.
용진각 대피소 터는 계곡에 접해있고, 삼각봉 대피소는 언덕정상에 위치해 있다.

이후의 하산길은 평이하고 약간은 지루한 하산길이었다.
다시 운무가 깔리고 한참을 내려오면
탐라계곡 대피소...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눈과 연무의 계곡이 신비스러웠다.

관음사 가까이 오면서 눈은 없어지고,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

드디어 관음사 하산 완료...
근처 식당에 들어가려는데, 이번엔 친구의 매형이 불렀다.
제주 왔으면 제주 음식을 먹어야지 하면서...
앞뱅디식당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젖은 양말을 갈아신고.

각재기국... (정갱이를 각재기라고 부른다고)
시원하고 맛있었다.
고등어처럼 생겼는데 고등어가 아니고, 어린배추랑 끓여나오는데 참 맛있었다.

제주 막걸리 (여타 지역 막걸리와 달리 맛을 내려하지 않은듯 하다)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멜튀김.
멸치보다 조금 큰 것을 멜이라고한다. (어릴적 들은 것 같다)
친구 1명은 일 때문이 먼저 서울로 가고.
친구의 매형분도 일있으시다고 가시고.

8시쯤 말고기 요리 전문점에서 또 저녁을...
정말 거나하게 먹었다.
쇠고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듯. 마사시미 부터 육회, 각종 내장을 비롯한, 머릿고기, 곱창, 마설 등등을 지나 떡갈비, 구이, 곰탕까지...

음식에 사진기 대는 것이 영 익숙치 않아서, 마지막에 나온 구이만 찍었다.
신나는 제주 먹거리 탐험 2일차를 마치고

3월 1일 아침 미풍해장국.
맛있었다. 먹고나면 속이 풀리면서 뱃속이 땃땃해진다.
아침먹고 바닷가 잠시 들러
공항 내국인 면세점에서 선물 몇가지를 사고
돌아왔다.

제주도.
육지와는 다른 사투리, 사소하지면 아직도 남아있는 몇가지 독특한 풍습.
따뜻한 인심.
맑은 물. (막걸리, 소주)
맛있는 먹거리.
그리고 바다...
다음에 또 찾을 제주를 기약한다.
즐겁고, 풍요롭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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