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건강

백혈병 치료- 1차항암 (관해유도)

소나무(감자) 2019. 9. 23. 15:16

5월 17일 금요일 입원을 하고

몸상태를 전반적으로 검사하는듯 했다. 항암제를 견딜수 있는지.

금요일 토요일 엑스레이 CT 검사

그리고 휴일을 보내고 

월요일은 치과와 이비인후과에 협진을 가서 검사를 받고

화요일엔 가슴에 히크만카테터를 설치(? 맞는표현일까?)했다. 

 히크만카테터 시술시 고정시키는 단계에서 살을 꿰메는데 많이 아프다. 거의 마취안된 부위의 생살을 꿰메게된다.


화요일 히크만을 아침8시에가서 달고 오자마자 12시부터 항암제 투입을 한다.

오렌지색약과 투명한약이다. 

오렌지색약은 다우노루비신, 투명한약은 사이타라빈

검색하면 나온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약인지. 

   * 다우노루비신: http://cancer.snuh.org/info/medi/view.do?seq_no=4

   * 사이타라빈: http://cancer.snuh.org/info/medi/view.do?seq_no=28

특히 다우노루비신은 피부에주사하면 괴사가 일어나고 척추에 주사하면 신경계가 손상되어 사망에 이를수도 있다.


항암제 투입전날 가슴에 구토방지 패치를 붙여주었다.

온몸이 초긴장 상태여서 그랬었을까... 

정말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게 시간이 잘 흘러 갔다.

눈감았다 뜨면 하루가 지나는것 같았다.

걱정했던 구토같은건 전혀 없었고, 

치료기간 내내 구내염도 발생하지 않았다.


나타난 부작용은 

소화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나중에는 거의 정지되었다 - 약으로도 개선이 많이 되질 않았다. 

참고 견디며 입속에서 음식을 갈아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내가 몸에 해줄수 있는것 이것밖에 없다 생각하면서

(항암 환자에게 잘먹어야 한다라고 100이면 100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줄 알고서 말씀하시면 좋겠다. 잘먹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정말로)

그리고 소변이 나오질 않았다 - 이건 약으로 바로 일부 조치가 되었다. 

피부에 발진과 가려움증이 생겼다. - 몸에 바르는 연고를 받았는데 이것도 무시무시한 약이었다. 스테로이드... 피부가 전반적으로 얇아진 느낌이다.

가려움증이 그렇게 심한건 아니었는데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썼다는 느낌

탈모 - 항암 12일차 아침에 머리감는데 손에 시커멓게 묻어 나왔다. 묻어 나왔다는게 맞는 표현인거 같다. 머리에 손만대면 시커멓게.

3일만에 빠질놈들은 다 빠져 버렸다. 

체중감소 - 항암 7~9일차 3일간 6키로가 빠졌다. 89에서 83으로 하루에 2키로그램씩 날아갔다.

허벅지는 여태 본적이 없는 허벅지가 되었다.  

가장힘든건 속쓰림이었다.

치료기간 내내 속쓰림과의 싸움, 

그 와중에 밥은 먹어야만 하고 나중엔 죽으로 그 다음엔 미음으로 버텼다.


약 7일간 항암제투여가 끝나고 중성구 수치가 바닥을 칠무렵 무균실에 병실이 나서 들어갔다.

다행히 감옥같지는 않았다. 창문도 있고, TV도 있고. (TV가 너무 높아서 목이 아픈것 빼곤)

병실은 전반적으로 좀 춥다. 

면회는 보호자 1인만 가능하다. 시간제한 이런건 없다. 하지만 보호자 외에는 누구도 면회가 안된다.

보호자도 방호복(?)을 입고 들어와야만한다. 눈만 멀뚱멀뚱 드러나는..

음식은 정말로 먹기 힘들었는데. 나중엔 밥을 들고 오시는 아주머니가 미워졌고 그 다음엔 무서워졌다. 




중성구가 없다고봐도 무방한 0~10 상태가 2주간 지속되었다.

항암 15일차에 골수검사를 했다. 

이 골수검사의 결과에서 암세포가 아직 남아있으면 항암을 추가로 진행하고

없으면 백혈구 회복을 촉진시키는 호중구촉진제를 주사한다.

검사 다음날 의사 선생님이 약간 애매한 것이 보여서 염색체 변이여부를 확인한 다음 추가 항암 또는 촉진제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마침 현충일이 낀 징검다리 연휴라서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졌다. 

다시 5일의 시간이 지나고나서

염색체 변이 확인결과 잘못된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며 촉진제 투입을 지시하셨고

이 때부터 약 10일 걸렸다. 퇴원 기준인 혈소판 10만개 돌파까지. 


치료기간 내내 혈소판 12팩정도 빨간피 10팩정도 수혈을 받았다.

수혈시 부작용은 없었다. 혈액 부족도 겪지 않았다.


이렇게 34일간의 입원 치료가 끝났다. 

마지막날, 치료결과 확인을 위한 골수검사를 하고나서 퇴원했다.


최초 치료에 골수검사를 3번한다. 

입원과 함께 진단을위해 1번

항암 14일차에 관해성공여부 판단을 위해 1번

그리고 퇴원하는날 최종성적확인을위해 1번



                            <치료 기간중 혈액수치>


                     <백혈구, 중성수 수치>


                      <체중 변화>


퇴원 하고 나서도 내가 무얼하고 왔는지 몰랐다.

머리는 다 빠져있고, 팔다리는 젓가락저럼 가늘어져 있었다.

관해가 성공적으로 되었고 (완전 관해상태가 되었고) 

몸속에 확인되는 암세포는 모두 성공적으로 제거하고 없다는거 (확인되지 않는 암세포는 있을수 있다는거)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정보를 보고 안방을 다 청소하고 공기청정기를 들이고... 했지만 사실은 중요치 않은 것이었다.

병원에서 이미 바깥생활에 어느정도 버틸 수 있도록 회복하고 나왔기 때문에....

날것을 먹는다든지, 사람많은 곳에 간다든지, 먼지가 많이나거나 특별히 오염된 환경에 노출된다든지만 조심하면 되었다.


대형병원에 대한 편견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있다는 말일수도 있다)

몰려드는 환자 때문에 병원에서의 조치 (항암제 투입)만 끝나면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내는 병원도 있는 모양이었다. 

백혈구 및 중성구가 0에 가까운 상태의 환자를 집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감염으로 위험한 상황에 놓일 확율이 높은데... 

그래서 다들 집안을 알콜로 닦고 공기청정기를 들이고 그렇게들 하는것이 인터넷에 올라온 모양이다. 


집에 와서야 내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무얼하고 왔고 지금 무얼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들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한달도 넘게 느닷없이 떠나게된 집안을 둘러보고

아빠 없는 집에 엄마랑 둘이만 한달 넘게 보낸 아들녀석도 안아주고.


이제서야 한 숨을 쉴수 있게된거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세워진 담벼락 위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