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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구

소나무(감자) 2021. 3. 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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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9일

김득구 - 곽재구 외로운 네가 허공을 향해 조선낫을 휘두를 때 흰옷 입은 우리들은 아리랑을 불렀다 사랑과 집념을 위해 아니 그보다는 한맺힌 네 슬픔과 기다림의 절정을 위해 너는 낯선 땅 힘센 미국 선수의 빛나는 부와 프론티어 정신 앞에 덜그럭거리는 조선맷돌 하나의 힘으로 네 슬픔의 마지막 절정 위에 큰칼을 씌웠다 돈이 많은 나라 자국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아낌없이 사랑과 포탄을 쓰는 나라 우리들은 오늘 그 나라 대통령이 원하는 레바논 전쟁에 우리들의 꿈을 팔 것인가 생각하고 아침 저녁 TV는 우리들의 희망 위해 또 한겹 두터운 포장지를 씌우겠지만 너는 부서질 줄을 알고 너는 너의 슬픔의 한없는 깊이를 알고 너는 너의 사랑의 겸허한 목소리를 알고 너를 기다리는 사립문 위 어머니의 오랜 박꽃까지 알면서도 덜거럭거리는 조선맷돌 디딜방아 한 방으로 이 낯선 힘센 나라의 콘크리트 벼랑 위에 부딪쳐 쓰러지는구나 사랑이 많은 나라 그리움이 깊어 속살 푸른 가을하늘의 나라 득구, 너의 고향 북한강에 지금은 늦가을의 골안개 희게 흩어지고 네가 싸운 미국땅 부러우면서도 아무런 부러움도 남길 것 없는 타인의 땅을 생각하며 우리들이 세워야 할 힘센 사랑과 희망의 푸른 그날을 위해 오늘 네 쓰러진 멀 힘빠진 목줄기에 네 어린 날 검정고무신짝으로 네 고향 북한강 푸르디푸른 그리움의 강물을 쏟는다. * 김득구: WBA 세계 라이트급 타이틀전에 미국 챔피언 만시니에게 도전했던 한국 권투선수.